
이 책은 영국의 시인 존 밀턴(John Milton)의 대서사시 실낙원(Paradise Lost)을 바탕으로 한 삽화판이다. 이 책 표지의 "MILTON'S PARADISE LOST ILLUSTRATED BY GUSTAVE DORÉ, EDITED, WITH NOTES AND A LIFE OF MILTON, BY ROBERT VAUGHAN, D.D."(구스타브 도레 삽화, 로버트 본 박사 편집, 주석 및 밀턴 전기 포함, 밀턴의 『실낙원』)는 원작자인 밀턴의 작품에, 프랑스의 삽화가 구스타브 도레(Gustave Doré)의 삽화를 수록하고, 영국의 신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로버트 본(Robert Vaughan)이 해설과 밀턴의 생애를 덧붙여 편집한 판본이다. 따라서 이 책의 원저자는 존 밀턴이며, 로버트 본은 편집자이고, 귀스타브 도레는 삽화를 담당하였다.
『실낙원』은 1667년에 처음 출판된 영어 문학 최고의 서사시 가운데 하나이며, 성경의 창세기를 바탕으로 인간의 타락과 자유의지, 선과 악, 신의 정의와 구원의 의미를 장대한 서사로 그려낸 작품이다. 모두 12권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단순히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추방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천상의 전쟁에서부터 사탄의 반역, 인간의 창조, 유혹과 타락, 그리고 미래 인류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우주적인 규모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밀턴은 자신의 목적을 "신의 길을 인간에게 정당화하는 것(Justify the ways of God to men)"이라고 밝히며 인간 존재와 신의 섭리를 철학적으로 탐구하였다.
작품은 사탄이 하나님에게 반역하였다가 패배하여 천사들과 함께 지옥으로 추락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사탄은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굴복하지 않으며, "지옥에서 왕이 되는 것이 천국에서 종이 되는 것보다 낫다"는 유명한 선언을 한다. 그는 복수를 결심하고 새롭게 창조된 인간을 타락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사탄은 타락한 천사들과 함께 지옥에 판데모니움이라는 궁전을 세워 회의를 열고 인간을 유혹할 전략을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사탄은 악의 화신이면서도 강렬한 의지와 불굴의 정신을 가진 존재로 묘사되어, 문학사에서는 가장 입체적인 악역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이후 이야기는 천상으로 옮겨져 하나님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한 이유와 앞으로 일어날 인간의 타락을 미리 알고 계시면서도 그것을 허용하는 이유가 설명된다. 하나님은 인간을 강제로 선하게 만드는 대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존재로 창조하였으며, 그 선택에 따른 책임 역시 인간에게 맡긴다. 동시에 하나님은 장차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을 구원할 계획도 제시한다. 이 부분에서 작품은 예정과 자유의지, 정의와 자비라는 기독교 신학의 핵심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한편, 따뜻한 동굴과 늪,
그리고 해안가에는 수많은
새끼들이 있었다. (제6권, 416, 417행)
한편 대천사 라파엘은 에덴동산을 찾아와 아담에게 천상의 전쟁과 사탄의 반역, 인간이 지켜야 할 순종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한다. 그는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은 강제가 아니라 사랑과 신뢰에 기초한 선택임을 강조하며, 인간이 교만에 빠질 경우 파멸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아담과 이브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노동과 사랑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아가지만, 사탄은 뱀의 모습을 빌려 에덴동산으로 침입한다.
사탄은 먼저 이브의 호기심과 자존심을 자극한다. 그는 선악과를 먹으면 신처럼 지혜를 얻게 될 것이라고 속삭이며 하나님이 인간의 성장을 막기 위해 금지한 것처럼 말한다. 이브는 결국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고, 이어서 아담도 사랑하는 이브와 운명을 함께하기 위해 같은 열매를 먹는다. 이 순간 인간은 순수함을 잃고 수치심과 두려움, 욕망과 갈등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를 비난하며 다투기 시작하고, 죄는 인간 내면뿐 아니라 인간관계까지 무너뜨리는 힘으로 묘사된다.
하나님은 인간의 불순종에 대해 심판을 내린다. 뱀은 영원히 땅을 기어 다니는 저주를 받고, 이브는 출산의 고통과 남편과의 긴장 관계를 경험하게 되며, 아담은 땀 흘려 노동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죽음 또한 인간의 운명이 된다. 그러나 하나님은 단순히 벌만 내리지 않는다. 인간을 위해 가죽옷을 마련해 입혀 주고 장차 구원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을 약속한다. 따라서 『실낙원』은 절망으로 끝나는 작품이 아니라 구원의 약속을 품은 희망의 서사이기도 하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대천사 미카엘이 아담에게 앞으로 펼쳐질 인류의 역사를 환상으로 보여준다.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 노아의 홍수, 바벨탑, 아브라함과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 그리고 장차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에 이르기까지 성경 전체의 역사가 압축적으로 제시된다. 아담은 자신의 죄로 인해 후손들이 겪게 될 고통을 보며 깊이 회개하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자비가 끝내 승리한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추방된다. 그러나 그들은 절망 속에서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손을 잡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걸어간다. 인간은 낙원을 잃었지만 희망과 믿음은 잃지 않았으며, 앞으로의 역사는 인간이 자유의지를 통해 신과의 관계를 회복해 가는 과정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결말은 인간의 죄보다 하나님의 자비가 더욱 크다는 밀턴의 신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실낙원』의 가장 큰 특징은 성경 이야기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로마 서사시의 형식과 르네상스 인문주의, 종교개혁 이후의 신학, 정치철학을 결합하여 거대한 문학적 우주를 창조했다는 점이다. 밀턴은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기독교 세계관을 중심에 놓아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였다. 그의 장중한 무운시(blank verse)는 영어 문학에서 가장 웅대한 시적 문체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며, 이후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퍼시 비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를 비롯한 수많은 작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이 판본의 또 다른 특징은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이다. 도레는 빛과 어둠의 극적인 대비, 웅대한 자연 풍경, 장엄한 천사와 악마의 형상을 통해 밀턴의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구현하였다. 그의 삽화는 『실낙원』의 장대한 분위기를 더욱 극적으로 전달하며 오늘날에도 가장 유명한 『실낙원』 삽화로 평가받는다. 로버트 본이 수록한 밀턴의 생애와 상세한 주석은 작품의 역사적 배경과 성경적·고전적 인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독자가 난해한 서사시를 보다 깊이 감상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결국 이 판본은 단순한 삽화책이 아니라 존 밀턴의 문학 세계와 기독교 사상, 인간의 자유와 책임, 죄와 구원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주석본이다. 『실낙원』은 인간이 왜 고통과 죽음을 경험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신학적 서사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자유의지와 도덕적 선택, 희망과 구원의 가능성을 탐구한 철학적 문학 작품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작품은 오늘날에도 영어 문학뿐 아니라 세계 문학 전체를 대표하는 최고의 서사시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으며,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와 로버트 본의 해설이 더해진 이 판본은 그 문학적·예술적 가치를 더욱 풍부하게 전달하는 고전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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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이 방패에 그를 싣고 그의 전차까지 옮기는 동안, 그들은 그를 눕혔다. 전차는 전쟁 대열에서 물러나 있었다. 그들은 그를 고통과 모욕, 수치심에 이를 악물게 했다. 자신이 비할 데 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과, 그러한 질책으로 인해 그의 자존심이 꺾인 것, 그리고 신과 같은 권능을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곧 나았다. 왜냐하면 생명력이 온몸에 스며들어 있는 영혼은, 연약한 인간처럼 내장, 심장, 머리, 간, 고환 등 모든 부분에 생명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소멸해야만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