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룩한 포기(Holy Abandonment)는 20세기 가톨릭 영성 문학을 대표하는 고전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이 책의 저자는 돔 비탈 르오데이(Dom Vital Lehodey)로, 프랑스의 시토회(트라피스트 수도회) 수도자이자 영성 지도자였다. 이 1954년 더블린판은 아일랜드의 시토회 사제인 Ailbe J. Luddy가 영어로 번역한 판본이며, 원서는 프랑스어로 집필되었다. 제목인 ‘Holy Abandonment’는 직역하면 ‘거룩한 자기포기’ 또는 ‘거룩한 맡김’ 정도의 의미를 지닌다. 여기서 말하는 포기는 체념이나 무기력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와 욕망을 하느님의 섭리에 맡기고 신뢰하는 영적 태도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한 종교 교리서가 아니라 인간의 고통과 불안, 희망과 신앙의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영성서로 이해할 수 있다.
돔 비탈 르오데이는 1857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1948년 세상을 떠난 수도자이다. 그는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 위치한 노트르담 드 그라스 수도원의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평생 수도생활과 영성 지도를 통해 많은 수도자와 평신도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특히 그는 인간이 신앙 안에서 어떻게 내적 평화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연구하였다. 그의 저술들은 화려한 신학적 논쟁보다는 실제 신앙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복잡한 철학적 개념보다는 실천적 영성을 강조하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이유로 그의 작품들은 수도자뿐 아니라 일반 신자들에게도 널리 읽히게 되었다. 《거룩한 포기》는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오늘날에도 가톨릭 영성 분야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의 중심 주제는 인간이 자신의 삶을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맡기는 ‘신적 섭리에 대한 신뢰’이다. 르오데이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수많은 불확실성과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질병, 실패, 경제적 어려움, 인간관계의 갈등, 예기치 못한 사고와 죽음 등은 누구도 완전히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신앙인은 절망하거나 분노하는 대신 하느님의 섭리를 신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게 진정한 신앙은 모든 일이 잘될 때만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고난 속에서도 하느님이 선한 목적을 가지고 계심을 믿는 데 있다. 따라서 거룩한 자기포기란 운명에 굴복하는 태도가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 신앙 행위라고 설명된다.
르오데이는 인간이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맡기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자기 의지에 대한 집착이라고 본다. 사람들은 자신의 계획이 성공하기를 원하고, 자신의 뜻대로 일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현실은 항상 인간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때 많은 사람들은 좌절과 분노,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고통의 상당 부분이 실제 사건보다도 그것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하느님의 지혜를 신뢰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 책은 자기중심적 삶에서 벗어나 보다 깊은 영적 성숙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책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는 ‘능동적 순명’과 ‘수동적 순명’이다. 능동적 순명이란 인간이 하느님의 계명과 도덕적 요구를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수동적 순명이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상황, 예를 들어 질병이나 실패, 예상치 못한 시련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말한다. 르오데이는 두 가지 모두가 중요하다고 보았으며, 특히 후자가 더 어려운 영적 과제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한 희생은 받아들이기 쉽지만, 원하지 않는 고통을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수용의 과정을 통해 인간이 더 깊은 신앙과 내적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이 책은 고통의 의미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룬다. 르오데이는 고통 자체를 선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고통은 인간이 피하고 싶은 현실이며 실제로 괴로운 경험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신앙의 관점에서 볼 때 고통은 단순한 불행이 아니라 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를 신앙의 중심 사건으로 바라보면서, 고통이 사랑과 희생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은 가톨릭 영성 전통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거룩한 포기》 역시 이러한 전통 위에 서 있다.
르오데이는 또한 평화로운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현재를 잃어버린다고 보았다. 인간은 아직 오지 않은 일을 두려워하고, 이미 지나간 일에 집착하며 끊임없이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는 사람은 현재의 순간에 집중할 수 있으며, 미래를 지나치게 염려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가르침은 오늘날 심리학에서 말하는 마음챙김이나 수용의 개념과도 일정 부분 유사성을 가진다. 물론 출발점은 다르지만, 지나친 통제 욕구를 내려놓고 현재를 살아가는 태도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문체적으로 이 책은 매우 차분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가진다. 르오데이는 독자를 몰아붙이거나 강압적으로 설득하지 않는다. 대신 성경 구절과 성인들의 가르침, 수도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천천히 영적 진리를 설명한다.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마치 한 영성 지도자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거룩한 포기》는 단순히 한 번 읽고 끝내는 책이 아니라, 오랜 시간 곁에 두고 묵상하며 읽는 영성서로 사랑받고 있다.
가톨릭 영성사에서 이 책의 의미는 매우 크다. 《거룩한 포기》는 17세기 이후 발전한 신적 섭리 신앙과 자기포기 영성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정리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특히 프랑스 영성 전통과 시토회 수도 전통이 잘 결합되어 있으며, 지나친 금욕주의나 신비주의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신앙생활의 길을 제시한다. 이러한 이유로 수도자 교육 과정뿐 아니라 평신도 영성 교육에서도 널리 활용되어 왔다.
《거룩한 포기》는 인간이 자신의 삶을 하느님의 뜻에 맡기고 신뢰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영성 고전이다. 저자 돔 비탈 르오데이는 인간의 불안과 고통, 집착과 두려움을 깊이 이해하면서도 그 해결책을 신적 섭리에 대한 신뢰에서 찾고자 하였다. 그는 신앙이 단순한 교리 지식이 아니라 삶 전체를 하느님께 의탁하는 실천임을 강조하였으며, 이를 통해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과 스트레스 속에서도 여전히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며, 종교를 넘어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불안과 희망을 성찰하게 만드는 깊이 있는 영성서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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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사랑은 언제나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닮음을 이루려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예수님을 향한 사랑 안에서 성장할수록 더욱 기꺼이 순종하게 되고, 마침내 그분의 겸손과 모욕과 비난에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게 됩니다. 그러면 “사랑은 우리로 하여금 어느 쪽에서 오든 모든 모욕과 비방과 욕설을 큰 은혜요, 특별한 영광으로 여기게 합니다. 사랑은 우리로 하여금 오직 그분만이 주시는 영광 외에 다른 모든 영광을 버리고, 포기하고, 거부하게 합니다.”…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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